[종교와 트렌드] 신앙인가, 도구인가
우리는 신앙 안에서 하나님의 뜻을 따르려 노력한다. 하지만 혹시 우리가 신앙을 이용하여 자신의 신념을 정당화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예수님의 가르침을 왜곡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봐야 한다. 예수님께서는 죄인과 세리, 가난한 자들과 병든 자들에게 다가가셨다. 그분의 사랑은 조건이 없었고, 특정한 계층이나 사상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품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일부 신앙인들은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을 적으로 규정하고, 그들을 배척하는 것이 신앙을 지키는 길이라 믿고 있다. 이는 예수님의 가르침과 정반대되는 행동이다. 예수님께서는 율법을 철저히 따르던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을 가장 강하게 꾸짖으셨다. 그들은 종교적 열심이 있었지만, 그 열심이 오히려 사람들을 억압하고 판단하는 도구로 변질되었다. 오늘날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사랑과 용서로 실천하는 대신, 우리와 생각이 다른 이들을 정죄하는 데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신앙의 이름으로 배척과 차별이 정당화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신앙이 아니라 하나의 도구로 변질된다. 우리는 신앙을 정치적 무기로 삼아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한다. 예수님은 권력을 추구하지 않으셨고, 오히려 권력을 가진 자들이 약한 자를 억압하는 것을 꾸짖으셨다. 역사적으로 볼 때, 신앙이 정치적 도구로 악용된 사례는 많다. 중세 유럽에서 벌어진 종교재판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당시 교회는 신앙을 이용하여 이단을 탄압하고,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는 데 집중했다. 종교재판의 명분은 신앙을 보호하는 것이었지만, 실상은 자신들과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을 억압하고, 정치적으로 불리한 인물들을 제거하는 수단이었다. 특히,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과학적 연구를 통해 지동설을 주장했을 때, 교회는 이를 신앙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그를 탄압했다. 교회의 입장에서 지동설은 단순한 학설이 아니라, 기존의 신학적 해석을 위협하는 요소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교회는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고, 과학과 신앙이 조화를 이룰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사례는 신앙이 정치적 이념이나 기득권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보여준다. 정치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하지만,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하다. 우리의 신앙이 정치적 이념보다 앞서야 한다. 특정한 정당이나 사상을 지지하는 것이 곧 신앙의 실천이라 믿는 순간, 우리는 신앙이 아니라 정치적 우상을 섬기게 된다. 신앙은 우리를 하나로 만드는 힘이 되어야 한다. 우리의 신앙이 분열과 증오의 도구가 아닌, 사랑과 화해의 다리가 되기를 기도한다. [email protected] 이종찬 / J&B푸드컨설팅 대표종교와 트렌드 신앙 도구 과학과 신앙 이상 신앙 정치적 도구